
Photo by Abby Kihano
치앙마이 여행을 했던 기간은 12월 중순부터 1월 말까지로 크리스마스와 연말, 새해, 그리고 음력 설날까지 끼어있어 매주 각종 축제와 이벤트가 열리는 관광 성수기였다. 그만큼 숙소비나 항공권이 비싼 편이지만 미리미리 손품을 판 덕에 저렴한 숙소에 저렴한 항공권을 구할 수 있어 운이 좋았다.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떠나는 여행이지만, 태국 전체 인구의 90%의 종교가 불교이기때문에 크리스마스의 분위기를 느끼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나의 예상을 뒤집듯 치앙마이 곳곳에는 크리스마스 장식이 가득했다. 감자튀김을 파는 작은 노점에서 감자에 꼭 맞는 작은 산타 모자를 씌운 것을 보고 보고 생각했다. ‘치앙마이 사람들, 이벤트에 꽤 진심일지도?’

치앙마이 여행을 함께 계획하던 친구 중 한 명이 해외 마라톤에 참가하는 것이 버킷리스트라며 함께 치앙마이 마라톤을 뛰지 않겠냐고 물어왔다. 한참 러닝 열풍이 불어 나도 러닝을 시작해 볼까 하던 참에 덥석 친구의 제안을 수락하고 마라톤을 3개월 남긴 9월에 치앙마이 므엉타이 마라톤 참가 신청을 완료했다. 치앙마이 마라톤은 풀코스, 하프 코스, 10km, 3km 이렇게 4가지 코스로 나뉘는데 어린이 동행이 있는 우리는 Smile run이라는 이름의 3km 코스를 신청했다. 마라톤 전날, 기념 티셔츠와 배번호을 포함한 마라톤 패키지를 받기 위해 타페 게이트를 찾았다. 타페게이트에는 마라톤 패키지 수령을 위한 부스뿐만 아니라 러닝용품 판매 노점부터 각종 마라톤 홍보 부스와 게토레이 등의 홍보사의 이벤트 부스들로 꾸려진 사전행사의 축제 분위기에 덩달아 흥이 올랐다.

마라톤은 야외 운동이라는 특성상 날씨의 영향을 많이 받을 수밖에 없는데, 아무리 겨울이라고 해도 낮 기온은 최고 30도까지 올라가기 때문에 출발 시간은 이른 새벽이다. 3km 코스의 출발 시간은 새벽 5시 15분이어서 새벽 4시에 일어나 비몽사몽인 상태로 준비하고 오토바이를 운전해 동행들과 함께 다시 타페게이트로 향했다. 아직 어두컴컴한 이른 새벽 시간이라 도로도 잠잠했는데 출발지인 타페게이트에 가까워질수록 우리와 같은 화려한 마라톤 셔츠를 입은 사람들이 보였다. 나처럼 직접 오토바이를 운전하는 사람뿐만 아니라 오토바이 택시인 그랩 바이크 뒤에 텐덤한 사람들도 제법 많았다. 많은 거리를 달려야 하는 풀마라톤은 새벽 3시에, 하프 마라톤은 4시에 출발했기 때문에 당시 광장에 모인 사람들은 10km와 3km 코스를 신청한 사람들이었다. 바이크를 주차하고 배번호를 달고 보니 출발 대기 중인 사람들의 배번에 출력된 국가가 눈에 들어왔다. 전 세계에서 모인 남녀노소의 다양한 사람 중에서 태극기도 심심치 않게 많이 보였다. 같은 태극기 표시를 단 사람과 눈이 마주치면 함께 화이팅을 외치거나 인사하기도 하며 출발선에서 출발 시간을 기다렸다.
3km 코스는 정사각형의 네모난 올드타운 성곽 안에 포함된 작은 사각형을 빙 돌아 다시 타페게이트로 돌아오는 코스였다. 평소에는 차와 오토바이가 뒤엉켜 길 건너기조차 어려운 도로이지만, 오늘은 1년에 한 번뿐인 치앙마이 마라톤이다. 경찰의 통제로 뻥 뚫린 올드타운 도로를 달릴 수 있는 유일한 날이다. 초가을 같은 선선한 날씨에 평탄한 길이 이어지는 쉬운 코스라 어린이 동행을 포함해 전원 완주했다.


장기 여행을 하다 보면 일상처럼 비슷한 패턴으로 하루하루를 보내게 되는데 이런 이벤트들이 여행에 새로움과 활력을 더해주었다.
박형주